소위 글로벌기업이라고 불리는 다국적 대기업의 탈세와 관련한 뉴스에서 자주 접하시게 되는 세무용어가 있습니다. 바로 ‘이전가격(Transfer Price)’입니다. 그리고 그 뉴스에서 언급되는 금액은 수천억원을 넘어 수조원에 이르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이전가격에 대하여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글로벌기업은 여러 국가에 계열사를 두고 연구개발, 생산, 유통, 판매 등의 사업활동을 수행합니다. 가치사슬(Value Chain)이라고도 불리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기업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게 되고 결국 최종 제품 또는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여 이익을 얻게 됩니다. 글로벌기업의 경우 여러 이유에 의하여 가치사슬이 단일 국가에 머물지 않고 여러 국가에 걸쳐 있습니다. 예를 들어, 디자인은 프랑스에서 연구개발은 독일에서 부품생산은 중국에서 최종조립 및 포장은 일본에서 하고 미국회사의 브랜드를 달아 아시아 전역에 완제품을 파는 기업이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이 기업은 최소 5개 이상의 국가에 가치사슬이 걸쳐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각 국가는 법인세율이 서로 다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글로벌기업의 본사는 세금을 줄이고 싶은 기회를 찾게 됩니다. 흔히 사용하는 방법이 바로 이전가격의 조작입니다.
간단한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A국에서 생산한 물품을 B국에 파는 글로벌기업 K는 A국가의 소득에 대한 세율이 50%이기 때문에 자신이 벌어들인 소득의 절반에 대해 세금을 내는 것이 너무 과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B국의 소득세율은 10%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가장 간단히 세금을 줄이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바로 A국의 매출가격을 낮추어 B국의 매입가격을 낮추면 됩니다. 그러면 A국의 과세소득은 줄어들고 B국의 과세소득은 증가하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B국의 세율은 10%에 불과하기 때문에 K의 순이익은 증가하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과세당국이 거래당사자에게 귀속하는 소득을 정확하게 계산하기 위해서는 타국의 법리를 파악하고 본국 세법에 적용하기에는 실무적인 어려움이 많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전가격세제가 도입되었습니다. 다국적기업 내의 특수관계자간의 거래로 인하여 거래당사자가 획득하는 소득은 공개된 경쟁시장 내에서 독립적으로 활동하였다면 형성되었을 조건과 가격에 입각하여 결정하여야 한다는 OECD회원국의 합의가 이전가격세제입니다. 쉽게 말해서 특수한 관계가 없는 기업 간의 거래조건과 비교하여 차이가 나는 경우 이를 조정하는 과세제도인 것입니다.
이전가격세제는 국외특수관계의 범위와 이전가격을 적용하는 방법이라는 두 가지 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우선 국외특수관계의 범위는 ①일방이 타방의 의결권 있는 주식 소유 기준으로 판단하는 출자자와 피출자자와의 관계, ②제3자가 거래당사자 쌍방의 의결권 있는 주식 소유기준에 따라 판단하는 형제관계, ③공통의 이해관계가 있는 실질적인 지배관계, ④공통의 이해관계가 있고 제 3자와의 실질적인 지배관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정상가격이란 쉽게 말해서 시가라는 표현에 의미가 가깝습니다. 하지만 국제 거래라는 특성상 시가를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대신 몇 가지 간단히 계산하는 방법을 규정하여 그 기준에 근거했을 경우 이 방법이 합리적이라면 더 이상 추가적인 세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정상가격 산출방법은 총 6가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 비교가능 제 3자 가격방법(Comparable Uncontrolled Price Method)
국내의 거주자와 국외특수관계인간의 국제거래에서 그 거래와 유사한 거래 상황에서 특수관계가 없는 독립된 사업자간의 거래가격을 정상가격으로 보는 방법입니다. 이 방법을 사용할 경우 ①제품의 동일성(품목, 규격, 사양, 수량 등), ②거래시기의 동일성(계절적 차이를 고려), ③거래시장의 동일성(시장수준 등을 고려), ④거래조건의 동일성(대금지급조건, 운송조건, 할인정책 등)을 비교하여 합리적인 가격을 산출하여야 합니다.
(2) 재판매가격방법(Resale Price Method)
거주자와 국외특수관계인이 자산을 거래한 후 거래당사자 중 어느 한쪽이 특수관계가 없는 자에게 다시 그 자산을 판매하는 경우 그 판매가격에서 그 구매자의 통상의 이윤으로 볼 수 있는 금액을 뺀 가격을 정상가격으로 보는 방법입니다.
(3) 원가가산방법(Cost Plus Method)
거주자와 국외특수관계인 간의 국제거래에서 자산의 제조·판매나 용역의 제공 과정에서 발생한 원가에 자산 판매자나 용역 제공자의 통상의 이윤으로 볼 수 있는 금액을 더한 가격을 정상가격으로 보는 방법입니다. 재판매가격방법과 유사한 방법이지만 상황에 따라 두 가지 방법 중 유리한 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4) 이익분할방법(Profit Split Method)
거래주체가 다수일 경우 거래 쌍방이 함께 실현한 거래순이익을 합리적인 배부기준에 의하여 거래당사자들 간의 상대적 공헌도에 따라 배부된 이익을 기초로 산출한 거래가격을 정상가격으로 보는 방법입니다. 거래당사자들 간의 상대적 공헌도는 발생한 비용, 활용한 자산가액, 수행한 기능 및 부담한 위험 등의 여러 가지 배부기준에 따라 배부할 수 있습니다.
(5) 거래순이익률방법(Transactional Net Margin Method)
거주자와 특수관계가 없는 자 간의 거래 중 해당 거래와 비슷한 거래에서 실현된 통상의 거래순이익률을 기초로 산출한 거래가격을 정상가격으로 보는 방법입니다. 특수관계가 없는자와 비슷한 국제거래를 한 적이 없는 경우에는 국외특수관계인과 특수관계가 없는 자 간의 거래 또는 특수관계가 없는 제 3자 간의 거래 중 해당 거래의 조건과 상황이 비슷한 거래의 거래순이익률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6) 그 밖의 거래의 실질 및 관행에 비추어 합리적이라 인정되는 방법
국제거래는 그 다양성과 특이성에 의하여 위의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그 기준을 사용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하여 거래의 실질과 관행에 따라 합리적이라고 인정되는 방법을 이용할 수 있도록 일종의 완충 장치를 법문에 규정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언급한 6가지의 방법으로 산출된 정상가격을 그 선택한 방법 및 이유를 과세표준 및 세액의 확정신고시에 납세지 관할 세무서장에게 제출하면 그것을 거래가격으로 인정하여 추가적인 세부담에 대한 위험을 피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신고한 가격에 비해 실제거래가격이 정상가격산출방법에 의한 정상가격과 다른 경우에는 정상가격을 거래가격으로 보아 조정한 과세표준 및 세액을 기한내에 거래가격조정신고서를 첨부하여 신고 또는 경정청구할 수 있도록 보완제도를 마련해 두었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이전가격세제란 어떤 것이며 이전가격세제를 적용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러한 이전가격세제를 통해 국제거래간 분쟁을 조절하고 특수관계자간의 거래에 대하여 거래당사자에게 당연히 귀속되어야 할 과세소득을 확정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과세목적상 동일한 기반위에 올려놓아 특수관계자라는 지위를 이용하여 조세회피를 하려고 하는 기업의 의도를 억제하는 수단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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