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령에 대한 해석이 달라진 경우 후발적 경정청구 대상인지 여부
- 대법원 2014.11.27. 선고 2012두28254 판결 -
현행 국세기본법상 경정청구제도는 납세자 권리보호를 위해 입법된 제도로 납세자가 세금을 과다하게 납부한 경우 환급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즉, 납세자가 법정 신고기한 내에 신고는 하였으나 신고된 과세표준 및 세액이 적정 과세표준 및 세액을 초과할 때 법정신고기한이 지난 후 5년 이내에 해당 과세표준 및 세액을 경정하여 청구할 수 있다. 일반 경정청구 외에 특정한 사유가 발생하였을 때 그 사유가 발생한 것을 안 날부터 2개월 이내에 경정청구 할 수 있는 후발적 경정청구 제도를 별도로 시행하고 있다.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2항상 후발적 경정청구제도가 적용되는 사유를 열거하고 있으나, 국세기본법 시행령 제25조의 2 제4호는 열거된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 외에 그에 준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도 포함하는 것으로 경정청구를 포괄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에 대해 구체적인 사유가 제시되어 있지 않아 과세관청의 해석에 의존함에 따라 경정청구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따른 납세자들의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대법원 판례에서도 동일한 법률적 쟁점에 관하여 과세관청과 달리 해석을 한 판결을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으며, 결과적으로 법령에 대한 해석이 최초의 신고 및 결정 또는 경정 당시와 달라졌다는 사유는 후발적 사유에 포함될 수 없는 것이라 판결하였다.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원고는 2001년 11월 1일 A은행과 B은행이 합병하여 설립된 법인으로, 쟁점이 된 사건은 다음과 같다. 1998~2001년 B은행은 종업원 대상 사택임차보증금 중 종업원에게 반환의 책임이 주어지거나 기준금액을 초과한 보증금 상당액을 업무무관 가지급금으로 세부조정하여 이에 대한 인정이자를 익금산입하고 지급이자를 손금불산입하여 각 해당 사업연도 법인세를 신고 납부하였다.
그런데 이와 달리 A은행은 1999년 B은행과 동일한 사택임대보증금 상당액을 법인세법상 업무무관 가지급금으로 보지 아니하고 별도의 세무조정을 하지 아니한 채 1999년 사업연도 법인세를 신고 납부 하였다.
2004년 과세관청은 원고에 대한 정기세무조사로 A은행이 1999년 사업연도에 사택임대차보증금 상당액을 종업원에게 대여한 것으로 판단하여 2004년 원고에게 A은행의 1999년 사업연도 법인세를 증액 정정하는 부과처분을 하였다.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2005년 과세관청의 법인세 증액경정처분 중 일정 금액을 초과하는 부분의 취소를 구하는 법인세 부과처분 취소소송을 제기 하였으나, 1심에서는 원고 패소 판결을 선고 하였다. 이에 원고가 항소함에 따라 법원은 A은행의 사택임차보증금은 구 법인세법 시행령 제88조 제1항 제6호 단서가 정한 부당행위계산부인의 유형에서 제외하는 ‘사택’에 해당하고, 임대차보증금과 관련하여 그 인정이자를 익금산입하고 지급이자를 손금불산입한 과세관청의 증액경정처분은 위법하다는 이유로 원고 승소 판결을 선고하였다. 상고심에서 2010년 1월 28일 대법원 2007두16813호로 상고기각 판결을 선고함에 따라 위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다.
이에 원고는 2010년 쟁점 판결에 의해 이 사건의 사택임차보증금은 업무무관 가지급금이 아니라는 점이 확인되었고 이는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2항에서 정한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과세관청에 경정청구를 하였다.
그러나 과세관청은 2010년 판례는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2항에서 정한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경정청구에 대하여 거부통지를 하였고, 조세심판원 역시 원고의 심판청구를 기각하였다.
원고의 주장을 살펴보면, B은행이 1998~2001년 각 사업연도 법인세 과세표준 계산 당시 과세관청의 행정지도에 따라 이 사건 제1 임대차보증금을 업무무관 가지급금이라고 보아 법인세를 각 신고 납부하였으나, 이 사건 쟁점 판결에 의하여 위 임대차보증금이 업무무관 가지급금이 아니라고 밝혀짐으로써 과세관청의 법령에 대한 해석이 판결에 의하여 변경된 것은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2항 제5호, 국세기본법 시행령 제25조의2 제4호에서 정한 ‘그 밖에 제1호부터 제3호까지의 규정에 준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피고의 이 사건 거부처분은 취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B은행이 ‘세법에 의하여 신고할 정당한 세액을 초과’하여 법인세를 신고 납부한 것은 B은행의 자의나 착오에 의한 것이 아니라, 과세관청의 잘못된 행정지도에서 기인한 것으로, 과세관청이 1999년 2월 1일 ‘임대사택의 대여이익의 처리방안’이라는 공문을 각 세무서장에게 하달하였으며, 이에 따라 모든 금융기관에 대하여 과세관청의 지시사항이 전달되었고, B은행은 이러한 과세관청의 지시사항이 적법한 지도라 믿고 동 지시사항에 따라 세무처리를 한 것이다. 따라서 과세관청의 행정지도를 신뢰한 원고의 후발적 경정청구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하였다. 결과적으로 국세기본법상의 후발적 사유에 의한 경정청구제도는 납세자에게 경정청구권을 창설적으로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조리상 당연히 인정되는 것인 이상, 잘못된 조세법률관계를 바로 잡는다는 ‘조세정의’라는 차원에서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2항 제5호에 따른 후발적 경정청구는 폭넓게 인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반면, 피고인 과세관청은 본청의 세무지도가 있었다고는 하나 세무지도사항의 적정여부를 A은행이나 B은행이 자신들 책임 하에 각자 판단하여 세무지도내용대로 이행하거나 이행하지 아니한 것이므로 A은행의 경정청구기한을 세법에 따른 자진신고 등 일반적인 경우와 다르게 적용할 특별한 이유는 없는바, 후발적 사유에 의한 경정청구기한을 적용할 수는 없으며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1항에 정하여진 일반적인경우의 경정청구기한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이와 함께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2항의 후발적 경정청구는 납세자에게 권리구제의 기회를 일방적으로 박탈하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취지의 법조항으로서 납세자에게 일반적 경정청구기한 내에 권리구제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2항 제1호의 후발적 경정청구에 대한 규정에서「판결」이라 함은 과세표준 및 세액산출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에 관한 소송에 대한 것으로서 그로 말미암아 당해 거래 또는 행위의 법률효과 내지 법적의미에 관하여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하는 것이므로 그 영향은 당해소송으로 제기된 다툼에 한정되는 것이고, 다른 사건의 유사한 다툼이나 설령 같은 사건의 유사한 다툼이라 하더라도 판결에서 제기되지 않은 다툼에까지 그와 같은 세법의 적용 내지 해석을 원용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국심2007서0244, 2007.5.28. ; 국심2001서3200, 2002.4.4. 등)라는 주장을 내세웠다.
본 판례에 대해 법원은 국세기본법이 후발적 경정청구제도를 둔 취지는 납세의무 성립 후 일정한 후발적 사유의 발생으로 말미암아 과세표준 및 세액의 산정기초에 변동이 생긴 경우 납세자로 하여금 그 사실을 증명하여 감액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납세자의 권리구제를 확대하려는 데에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후발적 경정청구는 당초의 신고나 과세처분 당시에는 존재하지 아니하였던 후발적 사유를 이유로 하는 것이므로 해당 국세의 법정신고기한이 지난 후에 과세표준 및 세액의 산정기초가 되는 거래 또는 행위의 존재 여부나 그 법률효과가 달라지는 경우 등의 사유는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2항 제5호, 국세기본법 시행령 제25조의2 제4호가 정한 후발적 사유에 포함될 수 있지만, 법령에 대한 해석이 최초의 신고·결정 또는 경정 당시와 달라졌다는 사유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결하였다.
현행 국세기본법 시행령상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로 최초의 신고・결정 또는 경정을 할 때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 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의 효력과 관계되는 관청의 허가, 그 밖의 처분, 계약의 해제, 과세표준 및 세액의 변경 등으로 규정하고 해당 규정에 준하는 사유가 있을 경우도 포함하고 있는 바, 납세자 입장에서는 본 사건의 과세관청과 해석을 달리한 쟁점판결이 이에 준하는 사유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된다.
쟁점 판결에서 원고는 동일 사례에 대해서 과세관청의 부과처분을 취소하여야 한다는 판결을 받았으므로 이는 최초의 신고・결정 또는 경정을 할 때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 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의 효력이 변동되는 것과 관계되는 것으로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과세관청은 법적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2항 제1호의 후발적 경정청구에 대한 규정에서 판결의 영향은 당해소송으로 제기된 다툼에 한정되는 것이므로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를 과다하게 확장·유추하여 해석하는 것이므로 부당하다고 주장하였다.
이와 같이 과세관청과 납세자 사이에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에 대한 해석이 달라 논란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법령에 규정된 후발적 사유가 적용되는 범위가 불명확하기 때문이며, 이로 인하여 개별 사건마다 과세관청의 자의적인 해석에 따라 부과처분이 이루어지게 되어 납세자 보호권이 약화될 여지가 크다.
일반적으로 후발적 경정청구 제도는 후발적 사유를 살펴보건대 이미 경정청구 기간이나 조세불복청구기한이 경과한 경우 대부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납세자가 형식적인 불복기간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였더라도 경정청구권을 박탈하기에 실질적으로 납세자에게 억울한 측면이 있으니 이를 방지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바,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를 해석할 때는 납세자의 입장을 고려하여 좀 더 포괄적으로 해석해야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인다.
향후 후발적 사유의 적용에 대한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 후발적 경정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사유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명문화하고, 경정청구제도 자체는 납세자 보호를 위해 도입되었으므로 도입취지에 맞게 후발적 사유의 적용범위를 엄격하게 해석하기 보다는 납세자에게 우선 후발적 경정청구권을 행사할 수 권한을 부여하고 세액계산상 다른 논란이 있을 경우 다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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