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분석>
납세자가 대리인에게 포괄적 위임한 거래에서 발생한 횡령금에 대한 소득귀속 및 부과제척기간에 대해
대리인이 위임의 취지에 반하여 본인을 속이고 양도대금의 일부를 횡령하고 나아가 본인의 대리인에 대한 횡령금액 상당의 손해배상채권이 대리인의 자산상황, 지급능력 등에 비추어 회수불능이 되어 장래 그 소득이 실현될 가능성이 전혀 없게 된 것이 객관적으로 명백한 때에는 그 소득을 과세소득으로 하여 본인에게 양도소득세를 부과할 수 없다.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0두1385 판결)
권리의무 확정주의란 각 사업연도나 과세기간의 소득을 그 사업연도 등의 기간 동안에서 수취할 권리가 확정된 수익과 그 기간에서 지급하여야 할 의무가 확정된 비용을 비교함으로써 수익과 비용을 인식·파악한다는 기준이다. 여기서 “확정”은 소득의 귀속시기에 관한 예외 없는 일반원칙으로 단정하여서는 아니 되고, 구체적인 사안에 관하여 소득에 대한 지배·관리와 발생소득의 객관화 정도, 납세자금의 확보시기 등 까지도 함께 고려하여 그 소득의 실현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정도로 성숙·확정되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귀속시기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7. 6. 13. 선고 96누19154 판결)
국세의 부과제척기간은 조세법률관계의 신속한 확정을 위하여 원칙적으로 국세 부과권의 제척기간을 5년으로 하면서도 국세에 관한 과세요건사실의 발견을 곤란하게 하거나 허위의 사실을 작출하는 등의 부정한 행위가 있는 경우에 과세관청으로서는 탈루신고임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아 부과권의 행사를 기대하기가 어려우므로 당해 국세에 대한 부과제척기간을 10년으로 연장하는 데에 그 입법취지가 있다.
구 국세기본법 제26조의2 제1항 제1호에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라 함은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위계 기타 부정한 적극적인 행위를 말하며, 다른 어떤 행위를 수반함이 없이 단순히 세법상의 신고를 하지 아니하거나 허위의 신고를 함에 그치는 것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대법원 2013. 12. 12. 선고 2013두7667 판결)고 하여 부과제척기간을 5년 또는 10년으로 적용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게 하였다.
그렇다면, 대리인에게 포괄적으로 위임한 주식양도 거래에서 저가양도한 것으로 대리인이 본인을 속이고 차액을 횡령한 경우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 보아 10년의 부과제척기간이 적용되는지, 그 차액이 본인에 귀속되어 소득이 실현되었다고 보아 본인에게 납세의무가 발생하는지에 대하여 대법원에서 어떻게 판결을 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대리인의 횡령으로 발생한 차액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본인이 납부하여야 하는지에 관한 판례
사실관계
P주식회사의 대표이사인 원고A는 1999.10.경 재정팀장으로 근무하던 B에게 원고 소유의 C주식회사의 주식(이하 ‘C주식’이라고 한다)을 매도하라고 지시하면서 매도할 주식의 대략적인 수량(약50만주)만 정해 준 채 매도가격, 매도상대방, 매도시점 등에 관한 일체의 권한을 위임하였다. 그러나 일체의 권한을 위임받은 B는 형식상의 중간거래인을 세워 50만주 중 30만주와 20만주에 대하여 각각 2단계 계약서를 작성하였고, 중간거래인의 명의를 빌릴 수 있도록 도와준 D에게 2,000만원, E에게 2억원을 주고, F에게는 C주식 2,255주를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매수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이후 B는 1차계약서를 기초로 재정팀의 G에게 양도소득세 및 증권거래세의 신고를 지시함으로써 신고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실제로 C주식회사의 주식을 173억원에 매도하였음에도 이중계약으로 인해 140억 5천만원에 양도한 것처럼 양도소득세 및 증권거래세 신고를 한 것은 신고내용의 탈루에 해당한다고 보아 그 차액인 32억 5천만원에 관하여 양도소득세 776백만원, 증권거래세 17백만원을 부과 처분하였다.
납세자 주장
원고A는 C주식의 최종 양도가액과 양도가액으로 신고한 가액의 차액인 32억 5천만원은 원고로부터 양도 권한을 위임받은 B의 횡령으로 인한 것이고, 해당 소득이 원고에게 귀속된 바가 없으므로 차액인 32억 5천만원에 대한 양도소득세 및 증권거래세의 납세의무자는 B이며
또한, B가 횡령한 차액 32억 5천만원이 법률상 원고의 소득금액으로 인정할 수 밖에 없다 하더라도 위 차액의 존재사실을 알지 못 한 채 양도소득세 및 증권거래세 신고를 하였고 이는 국세기본법 제26조의2 제1항 제1호에서 정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서 국세를 포탈하거나 환급, 공제받는 경우’로 볼 수 없으므로 10년의 부과제척기간을 적용하여 부과처분한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하였다.
과세관청 주장
과세관청은 국세기본법 제14조의 귀속의 의미는 쟁점주식 양도대금을 수취한 자가 양도소득세 납세의무가 있다는 내용이 아니라, 과세물건의 쟁점주식이 누구 소유인가를 가리는 내용으로 쟁점주식의 소유는 원고A이며, 횡령금액도 A의 양도가액으로 보아야 한다고 하면서 A는 B가 쟁점주식의 일부를 횡령하였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양도소득세 신고서상 첨부된 계약서에는 쟁점주식 524,510주를 A가 매도한 사실이 있으며, 검찰조사내용에도 A가 쟁점주식을 매도한 사실이 명백하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A에게 쟁점주식의 양도에 관한 권리의 일체를 위임받은 B가 실제거래 내용과는 달리 실제 매매행위를 하지 않은 자들을 매수자로 위장하여 양도가액을 사실보다 현저하게 낮은 가액으로 작성한 이중계약서상의 가액을 양도가액으로 하여 신고하였고, 이중계약서를 신고서에 첨부한 사실은 A가 한 행위로 보아야 하므로 양도소득세 과세신고 목적의 일련의 행위에 대하여 국세부과제척기간을 10년으로 적용하여 양도소득세를 결정 고지한 처분은 정당하다고 주장하였다.
대법원 판결
원고A는 B의 횡령으로 인하여 양도대금 중 차액인 32억 5천만원에 대한 지배·관리를 전혀 하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원고A의 B에 대한 동액 상당의 손해배상채권도 회수불능이 되어 그 소득이 실현될 가능성이 전혀 없게 된 것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게 되었으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위 양도대금의 차액 32억 5천만원이 원고A의 과세소득으로 실현되었다고 할 수 없어 양도소득세를 부과처분한 것을 위법하다고 판결하였다.
또한, 구 국세기본법 제26조의2 제1항에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써 국세를 포탈하거나 환급·공제받는 경우’에서 ‘부정한 행위’는 납세의무자 본인의 부정한 행위뿐만 아니라, 납세의무자가 스스로 관련 업무의 처리를 위탁함으로써 그 행위 영역 확장의 이익을 얻게 되는 납세의무자의 대리인이나 이행보조자 등의 부정한 행위도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포함된다(대법원 2011.9.29. 선고 2009두15104 판결)고 하면서
원고A가 B에게 주식의 양도를 위탁함으로써 그로인한 이익을 얻게 되었고 B의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의하여 원고의 증권거래세가 포탈되었으므로, 원고 A가 B의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다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가 납세의무를 부담하는 증권거래세의 부과제척기간은 10년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결하였다.
원심판결과 비교
서울고등법원에서 이 건 주식의 2단계 매매계약은 가장행위에 불과하고, B가 주식 양도에 관하여 A의 포괄적 대리인으로서 주식의 양도대금 173억원을 모두 지급받았으므로 B가 32억 5천만원을 횡령 사실을 몰랐다고 하더라도 A의 포괄적 위임을 받은 B가 그 위임의 취지에 반하여 배임행위를 저지른 것을 원인으로 한 A와 B의 내부적인 정산관계에 불과할 뿐이므로 그러한 사유만으로 A에게 실지거래가액 전부가 귀속됨을 인정함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고 한 반면에,
대법원에서는 A가 검찰수사가 개시될 당시까지 B의 32억 5천만원 횡령사실을 알지 못하였을 개연성이 있고 B가 거래 상대방으로부터 지급받은 양도대금의 법률적 효과가 본인에게 귀속된다는 이유만으로 A에게 32억 5천만원의 소득이 실현된 것으로 보아 양도소득세 처분한 것은 권리확정주의와 과세소득의 실현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하였다.
소득의 귀속 및 부과제척기간에 대한 견해
대법원의 다른 판결에서 계약 당사자를 확정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계약서상의 명의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실질과세의 원칙상 당사자의 의사나 매매대금의 실질적인 출연자 등 계약의 실질적인 내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하며(대법원 1990.2.13. 선고 89누7566 판결)
실제 거래를 은폐하기 위한 목적으로 그 사실이 발각되지 않도록 허위 매매계약서의 작성과 대금의 허위지급 등과 같은 적극적인 행위를 한 것으로서 구 국세기본법 제26조의2 제1항 제1호 소정의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한다(대법원 2013.12.12. 선고 2013두7667 판결)고 하고 있다.
위 판례에서 대법원은 수령한 양도대금의 법률적 효과가 본인에게 귀속된다는 이유만으로 횡령금액이 본인에게 실현되었다고 보아 과세한 처분은 잘못이 있다고 보고, 이는 실질과세 원칙에 의하여 사실관계에 따른다 하더라도 본인이 대리인의 횡령을 몰랐을 개연성과 그 가액을 지배·관리하지 못한 부분을 감안한 것으로 권리의무 확정주의에 따라 그 소득의 실현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나아가 그 횡령에 대한 부과제척기간은 본인이 대리인의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다하였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부과제척기간을 10년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본인의 의도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를 적극적으로 이행한 것은 아니지만 본인이 위임한 대리인의 행위에도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책임을 물어 그 부과제척기간을 판단하도록 한 것이다.
이처럼 포괄적 위임으로 인하여 실질은 본인에게 그 귀속이 확정되지만 권리의무 확정주의에 따라 소득이 실현되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판단한 후 최종 소득의 귀속 여부를 확정하여야 하며, 본인이 위임한 대리인의 행위에 대해서도 그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데에 대한 책임이 본인에게 있으므로 대리인을 통한 업무처리를 하는 때에는 대리인의 행위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필요로 할 것이다.
우리가 살다보면 믿는 사람에게 배신당하고 낭패를 보는 일이 종종 있다. 보증을 섰다가 그 빚을 대신 갚아야 하는 일도 있고, 상대의 현란한 말솜씨에 속아 사기를 당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의 소중한 재산이 눈먼 돈이 되지 않도록 믿고 맡기는 경우이더라도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넌다는 말처럼 한번 더 신중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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